3평방 배부전도 ....

30년독자 2021.09.08 16:23 조회 수 : 17

세평 방 27살 청년의 캐리어… 유품정리사가 버리지 못한 이유

 

삶의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는 유품 정리사. 2010년 국내 최초 유품 정리 서비스를 도입한 김석중(52) 키퍼스코리아 대표는 본래 평범한 회사원을 거쳐 무역업체를 운영하는 기업인이었다.

김석중(52) 키퍼스코리아 대표/tvN
그가 유품 정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6년 아끼던 직원이 세상을 떠났을 때다. ‘왜 사업을 해야 될까’라는 회의감이 들었던 김 대표는 우연히 유품 정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고, 2007년 일본으로 넘어가 유품 정리 업체 ‘키퍼스’에서 유품 정리법을 배웠다. 그리고 3년 뒤, 한국으로 돌아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품 정리 사업을 시작했다.

10년 넘게 고인들의 유품을 정리해온 그는 20대 청년이 남긴 유품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8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그는 “27살 청년이 사망한 집을 정리한 적 있다. 안타깝게 이 청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형사분과 만나 이야기를 했는데, 특별한 사연을 모르겠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군대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이 청년은 침대, 장롱, 책상, 화장실이 딸려 있는 세평 남짓한 고시원 방에서 살았었다. 김 대표는 “책상 위에 단백질 보충제 2통이 있었다. 하나는 새거였고, 하나는 반쯤 차 있었다. 왜 내일모레 사망할 친구가 운동을 했을까. 수험 서적도 있었다. 아마 고인이 스스로 생각한 것에 만족할 성적을 못 낸 것 같다. 거기서 좌절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또 “이 청년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학자금 대출도 있어서 고민이 많아 보였다. 그리고 또 비행기 티켓과 빈 캐리어가 있었다. 곧 여행을 가려고 산 것 같았다. 바퀴가 새거였다. 정리가 다 끝나고 나서 아무도 없는 텅 빈 방에 앉아 혼자서 많이 울었다. 캐리어 보면서. 지금 젊은 아이들에 대한 생각들, 또 제가 젊었을 때 했던 생각이 교차하면서 마음이 좋지 않더라”고 회상했다.

김 대표는 “아무런 유언도 없어서 캐리어를 유족분들에게 전달했는데, 필요 없다고 처리해달라고 하시더라. 그냥 버리려고 하니 도저히 마음이 아파서 못 버렸다. 캐리어를 가지고 좋은 일에 썼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유품 정리하는데 필요한 도구들을 담는 가방으로 쓰게 됐다. 다른 분들 유품 정리하고 나서 유가족분들께 전달할 때 그 가방에 넣어서 전달해드리고 있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유품은 평소 딸과 자주 다투던 어머니가 남긴 물건들이다. 김 대표는 “딸과 어머니가 많이 다퉜다고 한다. 딸은 ‘연 끊겠다’고 해서 어머니한테 잘 안 찾아왔다”고 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어 “딸이 엄마가 돌아가신 후 유품 정리를 하러 집을 찾았다. 재봉틀에는 딸에게 주려고 만들다 만 옷도 있었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과일청에 ‘우리 딸’과 이름 두자가 적혀 있었다. 그걸 보고 (딸이) 펑펑 울기 시작했는데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축문을 할 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하세요’라고 (유족에게)기회를 드린다. ‘많이 후회된다’ ‘그때 미안했다’라는 이야기를 그때가 되어서야 한다. 미리 표현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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