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마담 배부전 정조대

30년독자 2023.09.02 20:31 조회 수 : 10555

“딴 놈이랑 못 자”…수컷동물이 암컷 생식기에 벌인 황당한 짓 [생색(生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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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11] 불안하기 그지없는 나날의 연속입니다. 전쟁의 장기 출정을 앞두고서였습니다. 미모의 아내를 혼자 두고 가자 하니 찜찜한 마음을 떨칠 수가 없었지요. 홀로 사는 아름다운 여성. 세상의 모든 짐승이 군침을 흘릴 것을 생각하니 잠이 오지를 않습니다.

부인도 품행이 방정하지 않았기에 걱정은 더욱 컸습니다. 뭇 남성들의 시선을 즐겼고, 때론 헤프게 웃고 다녔지요. 출정 날이 다가올수록, 어찌 된 일이지 아내의 표정도 좋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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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저 남자 누구야.” 미국 화가 코넬리우스 크리그호프의 1847년 작품 ‘질투하는 남편’.불현듯 옆 마을 이웃의 조언이 떠올랐습니다. 전쟁에 나갈 때 아내에게 꼭 채우라고 한 그 마성의 물건. 바로 정조대였지요. 딴 놈과 관계를 원천 봉쇄하는 요물입니다. 쇠붙이를 달고 지내야 한다는 게 측은한 마음도 들었지만, 남편이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데 그 정도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더 컸지요.

아내가 딴 놈과 놀아난다는 생각 없이 전쟁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습니다. 모름지기 인생은 가화만사성 아니겠습니까.

정조대의 첫 등장은 십자군이 활동한 11세기 유럽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기록과 증거로 증명된 첫 등장은 14세기 르네상스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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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베네치아에서 사용된 정조대. <저작권자=Stevenj>동물의 성을 다루는 연재물에서 웬 정조대 이야기냐고요. 동물 세계에서도 정조대와 유사한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파트너의 그곳에 딴 놈이 접근 못 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녀석들의 눈물 나는 분투기입니다.
 
귀여운 기니피그가 암컷에게 하는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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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다고 무시하지 말아요.” 기니피그. <사진 출처=위키피디아>이 귀여운 녀석은 기니피그입니다. 16세기 유럽 상인들이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에서 발견한 이후, 인류에게 가장 귀여움을 받는 애완동물이지요. 하지만 이 녀석의 잠자리만큼은 전혀 ‘귀엽지’ 않습니다. 교미에서 보여주는 집요함 때문입니다.

기니피그는 생후 4주 정도부터 짝짓기를 시작합니다. 수컷과 암컷은 열심히 사랑을 나누지요. 그런데 어쩐지 암컷의 모습이 심상치 않습니다. 암컷의 생식기가 젤라틴 같은 것으로 막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분명 방금 열심히 교미하던 녀석이었는데!

범인은 수컷이었습니다. 이 녀석은 관계할 때 특이한 물질을 배출합니다. ‘메이팅 플러그’(Mating Plug)라고 하는 액체입니다. 이 액이 파트너의 질 속에 들어가면 끈끈해집니다. 점도가 높은 탓에 나중에는 마개처럼 상대의 질을 막아버릴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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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에요.” 긴 머리 기니피그. <저작권자=Alex Lozupone>수컷 기니피그가 상대의 질을 막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나 말고 다른 상대방과 관계하는 걸 방해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암컷은 시간이 좀 지난 뒤에 교미 플러그를 배출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까지는 다른 놈과 관계할 때 다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아무래도 끈적한 고체에 가까운 마개가 박혀 있기 때문이지요.

설사 암컷이 다른 놈과 바로 관계에 성공하더라도 다른 놈의 정자는 여전히 방해받습니다. 그녀의 속 안에는 여전히 전임자가 남기고 간 흔적이 버젓이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다른 놈의 정자가 메이팅 플러그에 발목이 잡혀 있는 사이, 앞선 놈의 씨앗은 자유로이 유영하며 그녀의 난자와 만나게 됩니다. 자기 새끼를 남기기 위한 수컷 기니피그의 눈물겨운 투쟁인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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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8시간 지난 기니피그. 이 녀석은 ‘끈적한’ 교미의 결과물이다. <저작권자=Sandos>
동물계 ‘정조대’…은근히 많다는데
메이팅 플러그를 만드는 건 비단 설치류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다른 동물에게서도 흔히 발견됩니다. 두족류인 오징어가 대표적입니다. 오징어는 교미할 때 정자낭이라는 주머니를 암컷에게 전달합니다. 최근 연구에서 이 정자낭이 암컷의 생식기관을 막아버린 사례가 확인됐습니다.

암컷의 몸에 들어 간 정자낭이 부풀어 오르더니, 입구를 닫은 것이었지요. 마치 문지기처럼요. 그 정자낭은 최대 다섯시간 동안 버티면서 정자가 수정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연구자들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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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오징어 역시 교미 과정에서 정자낭을 통해 암컷의 생식기관을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Hadal>학자들은 이같은 메이팅 플러그를 ‘정자경쟁’(Sperm Competition )의 일환으로 설명합니다. 암컷이 자유롭게 관계하는 동물의 수컷들은 번식 걱정에 놓이게 됩니다. 일단 교미를 할 수 있는 것도 불확실한데, 교미에 성공해도 짝인 암컷이 낳은 새끼가 자신의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러니 최대한 다른 놈과의 교미도 막고, 설사 그녀가 바람이 나더라도 수정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메이팅 플러그’를 진화시켰다는 설명입니다. 마치 인간의 정조대처럼요.
 
아름다운 나비…잠자리에서는 야수
정자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곳에서 메이팅 플러그는 종종 발견됩니다. 도마뱀·거미·사슴쥐 등 그 종류도 다양하지요.

그 중 ‘메이팅 플러그’로 유명한 곤충은 ‘나비’입니다. 살랑살랑 날아다니는 평화의 상징처럼 보이는 나비들도 짝짓기에 있어서는 아주 냉철한 동물입니다. 특히 헬리코니우스 종은 메이팅 플러그를 확실히 전달하는 놈들로 이름 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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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실 제법 늠름한 남자예요 하하.” 나비 종인 제브라 헬리코니우스. <저작권자=Charles JSharp>이 나비들이 메이팅 플러그로 유명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다른 동물들의 ‘정조대’보다 더 뛰어난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항최음제’ 효과입니다. 과학자들은 나비의 ‘메이팅 플러그’에서 아나프로디시스라는 물질을 발견합니다. 상대를 성적으로 고무시키는 최음제의 반대인 항최음 효과를 내는 물질입니다. 쉽게 말해 이 물질을 지닌 생명체의 성적 매력은 확 떨어집니다.

새로운 수컷이 암컷과 짝짓기를 하려다가 갑자기 ‘현자’가 되어서 돌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앞선 수컷 나비의 메이팅 플러그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방향으로 암컷의 새로운 교미를 막고 있는 셈입니다. 나비들이 그만큼이나 생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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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미 중인 제브라 헬리코니우스. 메이팅 플러그가 암컷의 생식기에 남는다. <저작권자=Holger Krisp>항최음제 효과가 암컷 나비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더 이상 수컷들의 구애를 받지 않게되는 만큼 태어날 새끼 양육에 신경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눈물겨운 생식 투쟁…모든 생명은 그렇게 태어난다
거미 루코쥬 마리아나 경우는 암컷과 수컷이 함께 메이팅 플러그를 만듭니다. 수컷 혼자서 배출하는 물질로는 플러그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암컷이 배출하는 물질과 결합해야만 플러그가 형성됩니다. 다른 종들의 수컷이 홀로 만든 ‘정조대’를 암컷에게 채워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지요.

함께 만든 ‘정조대’에 관한 해석은 아직 불충분합니다. 다만 일부 학자들은 몸집이 훨씬 더 큰 암컷 거미들이 수컷을 직접 고를 수 있는 환경에 주목합니다. 자신이 고른 이성인 만큼 그의 새끼를 낳는 데 협력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이 종들의 교미에는 무서운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그건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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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것이란 말이여.” 모든 생명체는 번식을 위해 투쟁한다. 짝짓기가 이뤄진 후에도 경쟁은 계속된다. <저작권자=Lance CplTyler JHlavac>새끼를 낳고 싶어 하는 생식 본능을 향한 생명체들의 투쟁이 눈물겹습니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이 이렇게 고단한 과정을 거쳐서 나고 자랍니다.

<세줄 요약>

ㅇ일부 동물들은 교미과정에서 ‘메이팅 플러그’를 만든다. 암컷 생식기를 막는 일종의 젤라틴으로 동물계의 ‘정조대’라고도 불린다.

ㅇ기니피그, 오징어, 나비 등 동물 수컷들은 암컷이 다른 수컷과의 추가 교미를 막아 자신의 번식율을 높인다.

ㅇ동물의 생식본능은 ‘끈적끈적’할 정도로 대단하다.

<참고문헌>

ㅇ안드레아스 서터 외, 집쥐의 메이팅 플러그의 기능, 행동생태학(Behavioral Ecology) 27권 1호, 2016년

ㅇ카탈리나 에스트라다 외, 나비의 항최음성 페르몬 진화를 이끄는 성 선택, 진화(Evolution) 65권 10호, 2011년
 
생명(生)의 색(色)을 다루는 콘텐츠 생색(生色)입니다. 동물, 식물을 비롯한 생명의 성을 주제로 외설과 지식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가끔은 ‘낚시성 제목’으로 지식을 전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격주 주말마다 재미있는 생명과학 이야기로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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