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은 압축력도 강하지만 인장력과 전단력에도 매우 강하다는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콘크리트 속에 철근을 넣으면 압축에 잘 견디는 콘크리트의 강점과 인장과 전단에 강한 철근의 강점을 모두 살릴 수 있다. 철근 콘크리트(R/C, Reinforced Concrete)가 탄생한 이유다.
콘크리트와 철근의 환상적인 궁합은 거의 동일한 열팽창계수 때문에 더욱 돋보인다. 콘크리트와 철근을 일단 붙어놓으면 외부 온도가 오르락내리락하더라도 서로 떨어지지 않고 계속 붙어있게 된다. 콘크리트가 강알칼리성이라는 점은 철근의 약점인 부식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건설 현장에서 철근은 정글짐처럼 배근하는데, 수평 철근은 인장력을, 수직 철근은 전단력을 강하게 한다.
콘크리트와 철근과의 만남은 서로 사이가 깨질 때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콘크리트는 혼자 있을 때 강한 힘을 받으면 한 번에 박살이 나면서 부서지는 특성을 보인다. 하지만 철근 콘크리트로 구조물을 만들면 콘크리트 파괴 전에 철근이 먼저 변형돼 처짐과 균열이 발생하면서 붕괴 위험을 사전에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콘크리트는 강도를 표시하기 위해 MPa(메가파스칼)이라는 단위를 쓴다. 1MPa는 단위면적인 1㎠당 1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강도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건설에는 20~40MPa 정도 강도를 갖고 있는 콘크리트가 사용된다.
건축물을 더욱 높이 만들고 싶은 인류의 욕망과 맞물리면서 콘크리트의 강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연구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건축물을 높게 만들면 전체 무게가 증가하면서 아래층의 기둥이나 벽체를 두껍게 만들어야 하는데, 철근량도 증가하고 사용면적이 줄어들면서 경제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하면 이런 문제가 없어서 안전성과 내구성은 물론 경제성까지 함께 확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는 포스코건설이 2019년 부산 해운대에 건설한 엘시티 더샵이다. 지상 85층, 339.1m 높이인 이 주상복합아파트에는 1㎠가 800㎏의 하중을 견디는 80MPa 고강도 콘크리트가 사용됐다(사무동은 101층, 411.6m로 건설).
2016년 롯데건설이 완공한 지상 123층, 높이 554.5m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이자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는 150MPa의 초고강도 콘크리트가 사용됐다. 1㎠가 1.5톤의 하중을 견디는 강도인데, 성인 손바닥 넓이에 중형 승용차 100대를 쌓아 올려도 버틸 수 있는 정도다.